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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목 [기본] 강냉이 빚 등록일 2016.07.19 12:25
글쓴이 이성희 조회 1388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   


 

그래 이렇게 더운 여름 날엔 네 생각이 나.

그 날도 많이 더웠어. 

아파트 어귀를 들어 서는데 강냉이 냄새가 풍기는 거야. 워낙 강냉이를 좋아하는데다 이건 완전 신선한 - 튀긴 냄새니 그냥 지나칠 수 없지.

냄새를 쫓아 아파트의 다른 입구에 있는 펑 기계를 찾아, 갓 나온 강냉이 봉투 하나를 집어 값을 치려고 하는데 선생님 한는데 너야!. 순간 나도 당황하고 너도 얼굴이 붉어지더구나.

하도 완강하게 돈을 안 받는 바람에 공짜로, 그것도 하나 더 얹어. 큰 봉투 두 개에 가득 든  강냉이를 들고 집에 왔는데 아무래도 마음이 켕기지. 마침 집에 계시던 친정어머니께 부탁해 강냉이를 만 원어치 사오시게 했지. 네가 미심쩍어하며 왜 이렇게 많이 사느냐고 자꾸 물어서 둘러대신다고 혼났단다. 덕분에 그 날 우리 동은 집집마다 강냉이 파티를 했다.


너는그 때 서울 명문 대학 휴학생 강냉이 장사꾼이었지. 시골 작은 읍에서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시장에서 장사하는 어머니와 남동생을 둔 착실한 청년이었다. 그런데 고등학생 동생이 정신질환 진단을 받고 입원을 하게되자 근근히 살던 가계가 더 힘들어 졌어. 어머니는 혼자 어떻게 꾸려 보시겠다고 했지만, 동생 병원비에 자기 학비까지는 도저히 어렵다는 걸 아는 네가 휴학을 결정하고 일을 하기로 했던거지. 

사정을 잘 아는 이웃 아저씨가 해 오던 강냉이 장사를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하셨지. 보기는 좀 그래도 수입은 괜찮다고. 그래서 너는 이 곳 저 곳 다니며 강냉이를 , 튀기고 장사를 하기 시작했더란다.

공부만 하던 학생이 주로 아주머니, 할머니 대상으로 푼 돈 장사 하기가, 그리고 간혹 아는 얼굴을 만나면 아무래도 민망했는지 나한테는 대인 불안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왔었지.

몇 번 와서 많이 좋아졌다고 한 후 못 본 지가 두어 달 되었는데 그 날 우연히 만났던거야.


그런데 그 다음 주 어느날 오전 진료를 마치고 나니 접수 보는 간호사가 커다란 쌀 푸대를 들고 들어왔어. 네가 와서 나도 안보고 후다닥  두고 간 강냉이 푸대란다. 햇 강원도 찰 옥수수로 튀긴 거라고. 가슴이 쏴해졌다. 이 후로도 너는 번번이 강냉이 푸대를 두고 갔지. 강냉이가 남았다는 둥, 지나가는 길이었다는 둥 어줍잖은 핑계를 대면서. 간호사에게 오는 즉시 나에게 알리라고 당부당부 했어도, 워낙 강냉이푸대만 얼른 들여 놓고 쏜살같이 사라지는 통에 한 번도 다시 볼 수가 없었어. 그 때마다 환자들도 스탭들도, 같은 층에서 일하는 다른 병원 직원들까지 갓 튀긴 강냉이를 푸짐하게 즐겼지만 나는 항상 가슴 한편이 아릿하게 저리고 미안했다.


그 때가 벌써 십오륙년 전이니 너는 이미 대학을 졸업하고 의엿한 사회인이 되어 있을 거다. 아마 결혼도 해서 좋은 가장과 아버지가 되어 있을거야. 동생도 치료가 잘 되고 어머님도 건강하게 훌륭한 아들 덕보며 생을 누리고 있으시면 참 좋겠다. 자주 네 생각을 하며 너의 그 선하고 여린 심성이 너무 다치지 않게 세상이 그렇게 척박하지 않기를 빌었단다.


아마 너한테 진 그 어마어마한 강냉이 빚은 갚을 길이 없을 것 같다.

그저 세상 살기가 남보다 좀 더 버거운 여린 사람들을 만날 때 병너의 따뜻함을 조금 되돌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.

바로 너같은 착한 사람들이 이 세상이 살 만 하게 만드는  원동력이란다. 









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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